2015년 6월 3일 수요일

그린+비즈니스.

기업이 단기간의 이윤추구보다 생태계보전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단행본을 경영 코너에서 발견해 읽었다. 

환경단체 활동가를 기업의 순수한 이윤추구를 방해하는 존재로 묘사하거나 환경규제가 없었던 시기를 '좋은 시절'로 표현하는 대목에서는 구역질이 났다. '그린 비즈니스'의 전망을 역설하며 '환경우위전술, 그린마케팅, 녹색원가계산'과 같은 이상한 용어를 사용하는 문장은 눈에 계속 거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영역의 관점을 들여다 보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참고 보았다. 보통 경영인들은 자기확신이 과도한 사람들이 많은데, 경영인에게 컨설팅을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정도가 더 심한 것이 당연하겠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대중이 식품부터 화장품까지 모든 제품에서 몸에 좋은 대안품을 찾는 것은 기업에겐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건강을 추구하는 대중에게 신선한 유기농식품을 제공하는 선두기업 홀00는 현재 미국에서 급성장하는 슈퍼마켓이다. 과거에는 틈새시장이었던 영역이 현재 대형시장으로 돌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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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굴뚝산업과 무관하거나 환경에 가시적인 영향을 주지 않던 서비스 업종은 환경문제를 거의 고민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좋은 시절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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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유전자조작 식품이 건강에 직접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 하지만 ... 우리는 객관적 사실 못지않게 이해관계자들의 정서가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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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조사식품은 부패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방사선'과 '식품'이라는 단어조합에서 사람들은 대개 불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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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 과학팀은 본인들이 농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게다가 그 방법도 매우 안전하다고 확신했다. 어쨌거나 미국인은 유전자조작 콩과 기타 작물을 수년 동안 아무런 탈 없이 먹어왔다. 그러나 샤피로와 핵심 경영진은 유럽 소비자들이 유전자조작 식품을 절대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주장을 내세웠지만 모두 허사였다. "

2015년 5월 29일 금요일

사업구상.

좋은 농산물인데 디자인이 아쉬울 때가 있다. 훌륭한 유기농업 농부에게 디자인에 대한 안목까지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 제품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일에 재능을 쓰고 싶은 디자이너 그룹과 농부, 양봉가, 어부 그리고 의미있는 일을 하는 작은 사회단체를 연결한다면 좋겠다. 협동조합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론칭하는 아이템에 대해서 기획회의도 같이 하고 브랜드 로고나 패키지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이 디자인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조합이 가지고, 해당 개별 사업자나 단체가 독점사용권을 가지며 정액으로 월 얼마 또는 연간 얼마의 사용료를 납부하는 형태.

이런 식으로 안정이 된다면 아이템 개발과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는 초기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자본 판매자에게 좋고 프리랜서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적더라도 고정적인 수입이 생겨서 좋을 텐데.


+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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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가족의 딜레마

지난주에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함께 본 히로님이 이렇게 말했다. "영화 보기 전까지는 공장식 축산이라고 하면, 아주 청결하게 잘 관리되는 현대적인 축산업 시설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공장식이라고 하는 말이 동물을 착취하는 그런 비윤리성을 은폐하는 네이밍인 것 같아요."

나와 은재님은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는 이 문제를 조금 먼저 알고 있어서 '공장식 축산'이란 용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굳혀가고 있었다. 어쩌면 막연하게 공장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성향의 사람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공장식 축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흰 가운을 입고 위생모를 쓴 작업자와 연구원을 떠올릴 것이다. 반대로 '농장 축산'이라는 단어에서는 더럽고 냄새나는 돼지우리 이미지가 연상될 수도 있다. 동물이 기계화된 공정에 순응할지라도 기계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잠시 외면하고 기계화된 대규모 축산업에 호의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공장 대신 농장"이라는 구호는 공허하게 들렸을 것이다.

어쨌든 히로님은 이 영화를 보고 한 주가 지나도록 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공장식 축산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나니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사무실 안에서 밥을 먹을 때는 살코기는 거의 먹을 일이 없었지만, 고기를 찾으며 풀을 먹는 것과 풀을 즐기며 풀을 먹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점심을 같이 먹고 오늘 같은 날은 저녁까지도 함께 먹곤 하는데, 식성이 같은 동지가 늘어나서 기쁘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관람한 모든 이들에게 채식의 복음이 전파되기를 기원한다.